글번호
145767
작성일
2021.04.12
수정일
2021.04.16
작성자
박물관
조회수
1809

드로잉 너머

드로잉 너머  첨부 이미지



모든 우주 만물 형태의 기본은 원과 선이고 그것을 입체로 표현했을 때 우리는 그 곳에 생명을 불어 넣을 수 있다.” 

- 문신의 친필원고

 

  드로잉(Drawing)은 선으로 그린 그림을 말한다. 과거 드로잉은 작품 제작을 위한 에스키스 혹은 아이디어 스케치용이 대부분이었고 주로 연필, 펜을 사용한 흑백 드로잉이 많았다. 현대에 들어서 작품 구상을 위한 간략한 드로잉, 작품 그 자체로서의 드로잉,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드로잉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연필, 물감, 콜라주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한 드로잉을 접할 수 있다.

 

 문신에게 드로잉은 일상 그 자체였다. 봉투, 휴지, 잡지 등 그릴 수 있는 모든 곳에 연필, 잉크, 볼펜, 크레용, 수채물감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서 드로잉을 했다. 대개 조각가들은 조각을 위한 스케치의 용도로 드로잉 하지만 문신은 구상드로잉, 선묘드로잉, 보석드로잉, 건축드로잉, 설계도로서의 드로잉 등 장르에 제약을 두지 않았다. 문신에게 드로잉은 그리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 예술 행위다.

 

 《드로잉 너머는 문신의 선에서 조각으로와 연결하여 김지혜, 이수진의 드로잉과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김지혜는 추상화한 자연 이미지들을 스테인드 글라스 기법과 빛과 공간을 활용하여 조형작업을 한다이번 전시에서는 <Squace_no.2 부유>와 함께 작업의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설계 도면까지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수진은 현대사회에서 버려진 것들을 수집하여 전시장 안에 공동체를 구성한다. 작품 <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는 촘촘하게 형성된 마을의 형태를 만날 수 있으며 이번 전시에 선보이기 위해 제작한 드로잉도 함께 볼 수 있다. 이수진의 드로잉은 드론으로 내려다 본 것 같은 마을의 형태였으며 전시로 구현될 때는 바둑판 같은 마을은 천정에 설치되어 색실을 타고 땅까지 이어진다. 보는 이는 하늘에 뜬 마을인 듯, 숲인 듯, 뿌리인 듯한 공간을 거닐게 된다.


 《선에서 조각으로드로잉 너머전는 빛과 그림자 또는 공간의 설계와 설치의 과정이 작가의 생각 너머로 확장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수진, 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 가변설치, 철 구조, 면사, 금사, 2017-2021




이수진(Jade Sujin LEE)


  이수진은 현대화된 사회에서 쓸모를 다하거나 오염되어 사용하기 어려운 버려진 것들의 기능을 재탄생시킨다. 작가는 잔여의 존재라고 부르는 오브제들을 수집하고 그것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전시장에 그대로 가져와 배치하거나 때로는 재구상하여 하나의 작은 마을(공동체)을 만든다. 이수진의 작업에서는 재료수집이 가장 중요한데 재료를 먼저 수집하고 작품을 구상하거나, 작품을 구상하고 재료를 수집하는 두 가지의 경우가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볼 수 있는 <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의 경우 후자의 과정을 거쳤다.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사전에 드로잉들을 통해 형태를 구현하고 수집한 재료들과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보완하여 최종 모양새를 결정한다.

 

 

이수진의 작업은 초반 드로잉을 통해 형태를 결정하지만,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전시장의 규모, 상태, 외부적인 요인 등을 고려하여 전시장에 오랜 시간 머물면서 구성을 바꾸고 본래 계획에서 가감하는 단계를 거치면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 이러한 이유로 이수진의 작업은 같아 보이지만 매번 다른 맥락 안에서 다른 구성의 작업이 탄생한다. 드로잉 너머에서 보여주는 <먼나무 숲에서 갈대와 소나무가 돌에 뿌리를 내리고 돌과 함께 산다>는 더 촘촘하게 형성된 마을의 형태를 만날 수 있으며 이번 전시에 선보이기 위해 제작한 드로잉도 함께 볼 수 있다.

 


 

김지혜,Squace_no.2 부유, 3000800(mm), 백유리에 안료 페인팅가마소성, 고무링, 와이어, 철고리, 2013



 

김지혜(KIM JI-HYE)


사람은 빛의 모습을 추구한다고 밝아지는 것이 아니다. 어둠을 의식화해야 밝아진다.” 

- 칼 융


  김지혜는 공동체의 안정감이 개인(개별)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작품은 과정이 모여 결과를 이뤄내는 것부터 불안한 개인들이 공동체를 통해 서로 회복 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는 것까지 폭넓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지혜의 작품에서 중요한 특징은 유리의 중첩이다. 낱장의 유리들은 한 장씩 걸리면서 중첩되어 하나의 큰 집합을 이룬다. 중첩된 유리들은 불안, 과정, 관계, 경험 등을 가시화한다. 얇은 와이어에 걸려있는 유리는 보는 이에게 불안을 상기한다. 그러나 옹기종기 모여있는 유리들은 파이프에 의지한 채 각자의 불안을 나눠 갖는 듯 곧 하나의 큰 덩어리로서 조형적인 형태를 가지게 된다. 설치가 완성된 작품은 낱장일 때의 불안감보단 함께 있을 때 안락함과 완성감을 느낄 수 있다.

  스테인드글라스에서 빛은 뗄 수 없는 요소이다. 김지혜의 작품에서도 빛은 작품의 확장이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빛이 만들어내는 그림자는 작품과 어우러져 하나의 형태로 보인다. 다소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유리라는 소재의 작품은 어두운 그림자를 만나 무게감을 갖고 작품이 더 커보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

 

 

장소
문신미술관 문갤러리
전시기간
2021. 3. 25 (목) - 8. 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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