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번호
196727
작성일
2023.08.30
수정일
2023.09.26
작성자
박물관
조회수
411

2023대학박물관진흥지원사업 기획 전시 <모성_母性 Motherhood>

2023대학박물관진흥지원사업 기획 전시 <모성_母性 Motherhood> 첨부 이미지

 


 

 

모성(母性)의 사전적 의미는 여성이 어머니로서 가지는 정신적ㆍ육체적 성질 또는 그런 본능이다. 이 무미건조한 사전적인 의미와는 별개로 윤리적 잣대나 관습, 시대에 따라 모성에 대한 의미는 변해 왔다. 과거의 모성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 ‘헌신’에 초점이 맞춰져 미화되어 격찬하거나 반대로 무능함과 부도덕의 굴레를 씌우기도 했다. 극단적인 평가가 내려졌던 모성의 시대를 지나 여권이 신장되고 페미니즘이 대두되면서 모성은 본성만이 아니라 학습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생겨났고, 더 나아가 과도한 희생에의 강요는 주체적인 삶을 이룩하려는 여성에게 모성을 거부하게 하기도 했다. 한편에서 모성은 주체적 삶을 방해하는 요소로 치부하여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20세기 전반에 걸쳐 성차별과 성평등의 치열한 논쟁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여성의 존엄과 가치는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현대의 모성은 신화가 아닌 현실의 양육 자체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되고 있다.

역사와 이론에 앞서 개인의 삶에서 모성은 더 감성적으로 다가온다. 모성은 어머니와 나와의 사이, 나와 아이와의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관계 안에서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와 나’의 관계에서 모성은 나의 자아를 정립하는 것에 끼치는 영향이라고 한다면, ‘나와 아이’의 관계에서 모성은 양육과 함께 오는 자기회복의 서사일 것이다.

특별히 예술가에게 모성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을 표현하거나 스스로 육아의 경험으로부터 자기를 재발견함으로써 자아를 회복하는 과정을 담기도 한다. 미술의 역사에서 모성은 근대 이전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표현된 비통해하는 어머니나 숭고한 희생 정신을 주제로 한 모성상이 대부분이었다. 19세기에 들어서 여성 예술가들이 미술계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당시 활동하던 작가 케테 콜비츠는 아들의 죽음을 겪고 비통해하는 모성을 꾸밈 없이 그대로 화면에 옮겼다. 또 20세기의 여성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는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연민으로 갈등하던 상처를 거대한 어미 거미 조각 <마망>에 담았다. 이외에도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술가들이 모성이라는 주제를 통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이를 통해 치유하여 왔다.

조각가 문신은 어린시절 어머니의 부재로부터 오는 그리움을 작품에 녹여냈다. 일본인이었던 어머니는 문화적 차이와 갈등을 견디지 못해 문신이 다섯살이 되던 해 자식을 두고 고향 큐슈로 떠났다. 어린시절 대부분을 부모없이 조모와 함께한 문신이 당시를 회상하며 쓴 글에는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아이의 외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그 어린 때 부모의 품에서 자라지 못한 것은 세상의 눈으로 봤을 땐 불행한 일이었다.”고 하면서 “어머님이 큐슈로 떠난 뒤엔 할머니에겐 말없이 혼자서 갈밭샘 앞 모래밭에서 놀기를 좋아했다.”고 했다. 어머니가 그립던 아이는 자신을 불쌍히 여기는 주변의 시선을 피해 어머니와 추억이 담긴 곳에 가기를 좋아했다. 이어지는 글에 “나의 (어린 시절) 환경이 오늘을 이어주는 나의 예술에의 소양이 되었고, 해외에 살아보니 고향을 찾게 하였다.”고 적고 있다. 어린시절 모성의 부재를 겪고 해외에서 전성기를 보낸 작가에게 그리운 어머니는 그리운 고향과 포개어져 완만한 곡선의 형태로 조각에 발현되었고, 이후 고향 마산에 미술관을 건립에도 역할을 하였다.

이번 전시는 조각가 문신의 작품과 인생에 영향을 주었던 ‘모성’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문신에게 결핍된 모성은 오히려 작품 세계를 이루는 바탕이 되었고, 그에게 그리운 어머니는 그리운 모국으로 받아들여져 작품의 형태를 이루는 근간이 되었으며 만년의 문신을 고향 마산에 정착하게 하였다.

조각가 문신이 그리워했던 ‘모성’에서 시작하여 소망으로 전해지는 권기미 작가의 따뜻한 모성, 양순열 작가의 주체성 있는 당당한 모성, 자연의 순리를 닮은 작가 민호선의 모성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숭배도 혐오도 아닌 작가들의 개인 경험에서 비롯한 체감할 수 있는 모성의 온도를 느껴보고자 한다.

 


 

권기미 Kwon, Ki-mi _따뜻함이 전(傳)해지는 ‘모성’

 

이번 신작은 3점의 연작으로 제작되었으며, 어머니의 유품인 낡은 보자기가 모티프이다. 나를 보살피고 사랑했던 어머니가 남긴 세월의 흔적은 나를 매개로 내 아이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전해지며 작품은 입체화된다. 함께 전시되는 <기도하는 마음>은 대접 형태로 박음질하여 자식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물을 떠놓고 자식의 안전을 기원했던 마음과 따뜻한 밥을 챙기는 마음이 양육하는 모성의 가장 기본이고 핵심이 아닌가 하다.

 

성년이 되어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자녀의 집을 방문하고서, 내 어머니가 하셨던 것처럼 막걸리를 공기에 담아 집의 곳곳에 놓아두고는 무탈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하며 이것이 모성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였다.

-작가의 글

 

권기미는 먹의 흘림과 홀치기 염색의 흔적, 자연의 색감과 이미지, 재봉선으로 표현되는 드로잉, 그리고 여백을 통해 자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작가이다.





민호선 Min, ho-seon_자연으로부터의 ‘모성’

 

작가 민호선의 작품에는 시간의 흐름이 보인다. 넓은 평면에 쌓이는 실, 하얀 화선지에 퍼지는 먹물, 캔버스에 표현된 날마다 조금씩 다른 하늘은 무한한 공간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작품의 바탕이 된 대지와 바다, 하늘은 자체로 생명을 잉태하고 성장하게 하는 공간이다. 직물로부터 풀어져 나온 날실로 그려진 회화는 마치 탯줄로 연결되어 자연으로부터 태어난 생명체로 읽힌다. 이처럼 본연의 재료로부터 작품으로 창작되는 과정을 포착한 장면은 자연으로부터 치환된 ‘모성’ 자체로 보여지기도 한다.

 

시간의 흐름, 대지, 자연을 느끼게 된다.

익숙한 것들이 생소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나와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갑자기 거리감이 생기며 그것이 무엇이기에 나와 관계 맺어지는가에 대해 문득 궁금해진다. 발 딛고 있는 땅과 머리 위로 펼쳐져 있는 하늘과 내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며 내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이런 순간은 늘 그 속에서 펼쳐지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간과 존재하고 있는 이곳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작가의 글

 

작가 민호선은 실(thread)-선(line)-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2012년 개인전 ‘흐르다’를 시작으로 ‘스며들다(At the time of the encounter, 2017)’, ‘머무르다(Stay, 2019)’, ‘마주하다(Permeate, 2020)’까지 시간과의 관계를 탐색해왔다.





양순열Yang, Soon-yeal_당당하고 강인한 ‘모성’

 

<오똑이>는 턱을 당기고 허리를 꼿꼿이 세워 한 곳을 응시하며 서있다. 오똑이 형태에는 예술가로써 자신을 회복한 강인한 어머니의 현재가 겹쳐 보인다. 작가는 무지개색으로 표현한 오똑이에서 남녀 구별없는 확장된 범우주적 모성이며 작품에서 순수성 회복을 추구한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에는 오래된 전통 가옥을 해체하여 얻은 흙벽돌 320장이 작품과 함께 설치되었다. 오래된 흙벽돌은 대지를 연상하게 하며 평화로운 공생을 염원하는 어머니인 ‘오똑이’의 모성을 강조하는 오브제가 된다. 특별히 한지로 제작한 240개의 오똑이 군상은 흙벽돌과 함께 전통적인 재료로부터 모성의 유구한 역사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네 마음에 汝너의 오똑이

내 마음에 我나의 오똑이

미술가의 상상 세계로 오뚝이 형상을 어머니 현상으로 모성을 투영해 보았다.

모성은 늘 사랑과 믿음, 비움과 숙임의 본질로 가능하다.

모성은 우주와 한마음이 되고 인간뿐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더불어 나아갈 때 가능하다.

우리 삶이 우상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긍정적인 부적 같은 에너지 덩어리 자체이다.

-작가의 글.

 

양순열 작가는 확장된 모성의 회복을 통해 이 시대가 처한 위기의 극복과, 인간·사물·자연 사이의 영적 교감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이다.

장소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
전시기간
2023. 8. 30. 수. - 10. 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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